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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IP 전문가의 커뮤니케이션 방법
디오리진 사업본부 이사 강지석
<PEOPLE STORY: 일잘러의 도구들>
다들 어떻게 일하고 계신가요? 모든 것이 연결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발빠르게 새로운 도구를 찾아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SaaS 제품은 이미 누군가의 든든한 업무 파트너이죠.
다양한 분야, 다양한 직무의 ‘일잘러'들에게 SaaS 제품 활용법을 포함한 업무 노하우부터 일을 대하는 마음까지,
새로운 시대의 일하는 방식을 물었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좋은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콘텐츠 시장의 화두는 개별의 서사가 아닌, 거대한 세계관으로 넘어간지 오래이고 그에 따라 IP산업 역시 주목받고 있죠. 디오리진은 오리지널리티를 갖춘 IP를 확보하여 좋은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확장시키고자 하는 크리에이티브 그룹입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신사업의 구조를 이끌어가는 이는 사업본부의 강지석 이사입니다. 그와 함께 흥미로운 IP산업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팀원들의 창의적인 인사이트를 이끌어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나누었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에게,
디오리진의 진취적 행보
디오리진은 어떤 회사인가요?
IP를 중심으로 다양한 미디어 사업을 진행하는 IP 홀딩스 그룹이에요. 자체적으로 가치가 높은 IP를 개발하고 그 권리 권한을 판매하고 있죠. 저는 사업 개발 본부에서 사업 개발 및 제작 관리 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IP를 활용한 미디어 프랜차이즈 사업 기획 및 운영부터 IP 제작 공정 관리까지 하고 있어요.
IP 홀딩스 그룹이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은데, 콘텐츠 제작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국내에는 IP 명칭이 많이 혼용되어 있기도 하고, 디오리진과 같은 사업 모델이 거의 없어요. 일단 IP와 콘텐츠는 층위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요. 콘텐츠가 웹툰, 영화, 드라마, 음악처럼 개별의 제품이라면 IP는 그 모든 걸 담을 수 있는 시작점과 같습니다. 즉 IP는 다양한 지적 재산권으로 활용될 수 있는 코어 스토리로, 개별 콘텐츠 상위의 개념인거죠. 기존의 에이전시가 개별 콘텐츠의 매니지먼트에 집중했다면, 저희는 더 확장된 형태이다 보니 크리에이티브 그룹이라고도 불러요.
이전에는 네이버 웹툰에서도 일하셨어요. 콘텐츠 시장 내에서 IP 사업의 필요성을 느낀 계기가 있나요?
당시 6년 정도 재직했는데 중국 쪽 IP를 주로 다뤘어요. 그때 깨달은 점은, 아무리 많은 판권을 사들여도 권한이 제한되어 있으면 사업적 한계가 있다는 점이었어요. 인기 있던 드라마가 웹툰으로 나온다고 할 때, 드라마 팬들이 그 웹툰을 얼마나 볼까요? 생각보다 거의 안 봐요. 어차피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셈이니까요. 드라마, 웹툰, 웹소설, 게임 등 각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이 다 달라요. 콘텐츠마다의 문법도 다르고요. 그래서 원작 IP를 구매했더라도 이걸 다른 콘텐츠로 가공할 때 많은 부분을 고려하고 새롭게 바꿔야만 해요. 어쩌면 새로 쓰는 게 나을 정도로요. 결국 개별 콘텐츠를 하나하나 뜯어고치기보다 처음부터 확장될 수 있는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생각됐어요. 그리고 그게 바로 IP 개발로 이어졌죠.
창작을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것 같아요.
관점의 차이가 있어요. 저희는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은 게 아니에요. 저희가 원하는 건 재미있는 스토리를 다양한 계층이 다양한 형태로 즐기길 원하는 거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하나의 콘텐츠는 없어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좋은 스토리는 존재할 수 있어요. 그게 가능하기 위해서는 캐릭터, 세계관, 아트가 모두 갖춰져야 하죠. 저희가 콘텐츠 IP의 핵심 요소로 꼽는 꼭지들이에요. 저희는 공동 창작을 통해 그 모든 걸 30~40장의 책자 형태로 정리하는데요. 저희끼리는 ‘바이블'이라고 불러요. 웹툰 작가, 영화 감독, 드라마 작가 모두 이 바이블 하나만 있으면 자기만의 해석으로 개별 콘텐츠를 빠르게 제작할 수 있는 거예요.
확장 가능성을 갖춘 만큼 다양한 협업이 가능하겠어요.
최근에는 <모범택시> 원작자인 까를로스 작가와 IP 공동 개발을 하고 있어요. 웹툰뿐 아니라 게임, 영상까지도 이미 이야기가 된 상태예요. 이외에도 SM 엔터테인먼트, LG와 다양한 협업을 준비하고 있죠. 세계관과 스토리는 어떤 사업으로도 연결될 수 있으니까요.
주로 팀원들과의 회의는 어디에서 이루어지나요? 사무실 분위기가 자유로운 것 같아요.
어디에서든 상관없어요. 소파에 누워서 해도 되고, 각자가 편한 공간에서 이야기 하는 편이죠. 이곳은 원래 저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조민수 감독님이 10년 전부터 쓰시던 작업실이었어요. <괴물> <설국열차> 등 봉준호 감독님 영화의 콘셉트 아트를 하셨고 최근엔 넷플릭스 <더 에이트쇼>도 작업하셨어요. 3년 전 정재식 대표님과 디오리진을 공동 창업하게 되면서 감독님 작업실이었던 공간이 점차 저희 사무공간이 되었어요. 처음에는 이렇게 넓게 쓰지 않았는데 직원이 점점 늘어나다 보니 이제는 꽤 넓은 공간을 쓰고 있네요.
회의를 하다보면 여러 아이디어가 쏟아질 텐데, 의견 조율이 어렵지는 않나요?
저희는 세상이 원하는 이야기를 해야 해요. 그래서 각자가 좋아하는 것보다는 지금 세상에 팔리고 있는 게 뭔지, 각자가 잘하는 게 뭔지에 대해 더 집중하죠. 기본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PM에게 많은 권한을 주고 있어요. PM이 맞다고 판단하면, 대표도 믿고 따라가요.
PM의 역할이 막중하겠어요.
맞아요. PM 조직은 제가 정하고 있는데, 팀원을 잘 이해하고 적절하게 배치하는 게 곧 저의 역할이에요.
프로젝트의 세세한 사항을 피드백하는 건 더 이상 제 업무가 아니고 전 팀원들이 제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고,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하는 거죠. 저희 PM은 그래서 매번 바뀌어요. 스토리 작가가 하기도 하고, 프로듀서가 하기도 하고, 아트팀이 할 때도 있고요. 연차나 직급 상관없이 프로젝트 아이템을 잘 알고, 적합한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면 돼요.
굉장히 진보적으로 들리는데요. 신입사원도 프로젝트를 리딩할 수 있는 구조네요.
제안서 형식이나 업무적인 부분은 제가 충분히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서포트할 수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팀원에게 왜 이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지, 전체 그림에 대한 이해를 시키는 거죠. 그것만 서로 제대로 공유하면 프로젝트는 누구나 이끌 수 있는 거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효율적이고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실시간 협업과 동기 부여까지
팀원들을 북돋는 SaaS 활용법
본격적인 업무 루틴이 궁금합니다. 사내에서 이용 중인 SaaS 제품은 어떤 게 있나요?
Slack, Notion, Spendit, Flex, NA, Google Drive를 사용하고 있어요. 이 중에서 저는 슬랙과 노션, 구글 드라이브를 주된 업무 툴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노션을 통해 프로젝트별 업데이트 사항을 확인하고 슬랙으로 커뮤니케이션과 운영을 이어가요. 사업 제안서나 내부 보고서는 모두 구글 드라이브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모두 협업을 돕는 제품이네요. 특히 어떤 기능을 유용하게 쓰고 있나요?
IP 개발은 집단 창작의 영역이에요. SaaS 제품은 팀원들의 아이디어를 손쉽게 취합하고,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효율적으로 도출할 수 있게끔 해주죠. 무엇보다 실시간 협업이 쉬워진다는 게 큰 장점인데요. 구글 드라이브를 사용하면 여러 사람이 동시에 같은 문서, 스프레드시트, 프레젠테이션을 편집할 수 있어요. 서로의 의견을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고 댓글 기능을 통해 구체적인 피드백이 가능하죠. 파일의 히스토리도 기록되니 업데이트된 지점을 누구나 볼 수 있어요. 수정할 때마다 따로 저장해서 파일로 전달할 일 자체가 없어진 거예요.
아이디어 취합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요? 워낙 다양한 취향들이 모여있을 것 같은데요.
노션에 ‘소재 창고'가 따로 있어요. 전략 기획실에서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해주는 트렌드 이슈부터 팀원들이 평소 막 던지는 아이디어까지 모두 여기 모아둬요.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이 창고부터 열어보죠. 이 중에서 사업의 목적과 방향에 맞는 아이템이 있으면 꺼내서 더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받고, 점차 디벨롭 해나가요. 말하자면 노션을 프로젝트 기록 용도뿐 아니라 자유로운 아이디어 방으로도 쓰고 있어요.
노션(Notion)의 AI 기반 워크스페이스에서 아이디어를 함께 쓰고, 계획하고, 즐기면서 액션으로 옮겨보세요
많은 조직이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원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잖아요.
구조와 문화의 문제라고 말하면 추상적이에요. 하지만 당장 업무 툴만 바꿔도 많은 게 달라질 수 있어요. SaaS 제품을 이용하는 게 데이터 관리와 편리함 때문도 있지만, 결국 여러 명이 수평적으로 잘 일하기 위해 쓴다고 생각하거든요. 슬랙만 봐도 직위나 직급 대신 그냥 자기 이름, 내가 올릴 수 있는 프로필 사진만 있잖아요. 일반적인 사내 메신저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요. 편리함과 별개로 어떤 벽이 없어진 느낌, 그런 수평적 정서를 느끼게 하는 것까지도 툴의 영역이라고 봐요.
슬랙(Slack)은 사용자가 어떤 상황에서 일하든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유연성을 갖추고 있어요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며 구조나 조직 문화의 변화를 더욱 실감하셨겠어요.
각각의 장점이 분명히 있어요. 오히려 체계가 잡힌 곳에서 잘 배운 덕에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서도 제가 업무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게 된 거죠. 다만 그 방식이 달라진 거예요. 업무 체계는 일의 효율을 위한 것도 있지만 결국 일하는 사람의 동기 부여를 위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일하는지에 따라 프로젝트에 기여하는 방식이나, 과정이 기록되는 방법이 달라지는 거잖아요. 그런 업무 체계 변화의 중심에는 SaaS 제품이 있기도 하고요.
SaaS 제품을 사용하는 업무 체계가 팀원에게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다는 뜻인가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앞서 말한 구글 드라이브에서 최종 파일도 히스토리가 남아서 그 과정을 돌려볼 수 있다고 했잖아요. 내 이름으로 남긴 의견, 서로가 주고받은 피드백이 모두 모여 마지막 결과물에서 내가 어느 정도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는지 스스로 알 수 있는 거예요. 당장 저희가 쓰고 있는 노션, 슬랙, 구글 드라이브를 켜면 팀원들마다의 고민이 다 보여요. 누군가는 단순히 편리함을 위해 SaaS 제품을 쓸 수도 있겠죠. 하지만 편리함을 따지면 전화 한 통으로 말하는 게 더 빠르지 않겠어요? 중요한 건 기록을 남기고, 되돌아보고, 자신의 성취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거예요. 과정을 효율적으로 남기면서 발전할 수 있다는 점, 그게 SaaS 제품의 장점이자 팀원으로 하여금 일을 더 잘하고 싶게끔 만드는 부분이죠.
어떤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일까요?
팀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부분이 있어요. 인사이트를 솔직하게 말하는 거요. 솔직함이 주는 힘을 믿는 편이거든요. ‘귀여운 게 다 아닌가요?’ ‘제 친구들은 이런 거 싫어해요' 이런 말 한마디도 저는 인사이트라고 봐요. 자기만의 고집이나 개성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밖에서는 이런 얘기를 한다, 자기만의 분석과 관점을 가지고 잘 설득하는 게 중요한 거죠. 저처럼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이 사업이 될지 안 될지, 검열하는 부분이 많아지게 돼요. 그런데 그런 간결한 인사이트를 들으면 갑자기 실타래가 풀릴 때가 있거든요. 솔직할수록 발전적인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어요. 그렇게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좋은 회사원이에요.
결국 커뮤니케이션으로 통하네요.
일은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의 태도보다 그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귀 기울이고자 하는 노력. 그게 결국 일의 의미인 것 같아요.